2013년 4월 20일 토요일

엘지가 이용규를 내준이유

KIA 이용규는 팀내에서 몇 안되는 웃을 구석이다. 팀 성적은 중위권을 맴돌고 있지만 그의 만점 활약은 구단과 코칭스태프의 위안거리 노릇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이용규는 2004 시즌이 끝난 뒤 홍현우와 함께 LG서 이적했다. 당시 내준 선수는 투수 소소경과 이원식이었다. 
LG는 2004년 유지현 은퇴 이후 이렇다 할 톱타자를 구하지 못해 올해까지 고생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용규를 그리 쉽게 내줬을까. 
시계를 2년 전으로 돌려보자. 당시 LG 코칭스태프와 구단 수뇌부는 기아와 트레이드에 내줄 선수에 대해 오랜 시간 토론을 했다. 




핵심은 빠르고 센스 있는 좌타자 유망주 중 누굴 내줄까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LG엔 그런 유형의 타자가 많았다. 결국 낙점된 선수가 이용규였다. 
당시만해도 기량면에선 모두 고만고만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선수를 받는 KIA도 누구든 상관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 중 이용규가 선택된 이유가 좀 독특하다. 간단하게 말해 ‘X가지’가 없어서였다. 팀 워크를 해친다거나 사생활에 문제가 있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이용규는 고분고분하고 싹싹한 스타일이 아니다. 자신의 고집과 주장도 확실한 스타일이다. 크게 문제를 일으킨 적은 없었지만 순한 양 스타일의 다른 유망주들에 비해 튀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LG의 한 관계자는 “기왕 공을 더 들여 가르쳐야 한다면 코치들의 지도 방식에 순응하는 스타일의 선수가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구단과 코칭스태프의 판단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결과적으로는 LG의 판단 미스였다. 이용규의 스타일은 기아 이적후 ‘투지’라는 좋은 방향으로 튀었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기량까지 업그레이드 시키며 스스로 가치까지 끌어올렸다. 
팀내 생활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기아의 한 고참 선수는 “용규가 싹싹하진 않지만 제 할일 다 하고 열심히 하는데 무슨 안 좋은 일이 생기겠는가. 오히려 몸 아끼지 않고 뛰는 자세가 팀 분위기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용규는 29일 현재 타율 3할2푼2리로 4위. 도루 12개로 역시 4위에 올라 있다. 최근 페이스가 조금 떨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선수란 점에서 복덩이가 아닐 수 없다. 팀의 상징이랄 수 있는 ‘이종범’ 이후를 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만약 LG 시절의 이용규가 고분고분 했더라면, 그래서 다른 선수를 받았다면 어땠을까. 기아 입장에선 생각하기도 싫은 전제조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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