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20일 토요일

선동렬의 인내, KIA 마라톤 준비한다

 시즌을 42.195㎞의 마라톤으로 비유한다면 이제 5㎞를 뛰었다. 가장 먼저 이 지점을 통과한 팀은 KIA다. 그러나 선동렬(50) KIA 감독은 5㎞ 랩타임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대신 시선은 나머지 구간에 대한 체계적인 전략 수립으로 향해 있다.

팀별로 14경기에서 17경기를 치른 가운데 KIA는 10승4패(승률 .714)를 기록하며 선두를 지키고 있다. 다른 팀들이 조금씩의 기복이 있었던 것에 비하면 흐름도 꾸준하다. 기본적으로 연패가 없다. 불펜의 난조로 평균자책점이 리그 7위(4.74)인 것은 다소 아쉽지만 2할8푼1리의 팀 타율을 앞세운 방망이가 어느 정도 상쇄해주고 있다. 전반적으로 우승후보다운 면모를 유지 중이다.

시즌 초반에 최대한 많은 승리를 거두는 것은 중요하다. 힘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중반 이후에 선택과 집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9구단 체제로 중간중간 일정에 구멍이 생기면서 초반 행보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 타선에 힘이 남아 있는 KIA도 욕심을 낼 법하다. 그러나 선 감독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오히려 장기적인 그림을 그리겠다고 했다.

선 감독은 19일 문학 SK전에 앞서 “이번주 목표는 3승3패를 생각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LG와의 주중 3연전에서 2승1패를 했으니 문학에서는 일단 1승을 거두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덧붙였다. 이유가 있다. 선 감독은 아직 KIA의 전력이 최고조에 이르지 못했다고 판단한다. 때문에 무리하게 팀을 운영하면 탈이 난다는 것이다. 

선 감독은 “팀 구색이 갖춰질 때까지는 버티는 것이 목적이다”라고 운영 방향을 드러냈다. 현재 KIA는 부상자들로 완전한 전력은 아니다. 김주찬이 빠져 나갔고 마운드에서도 윤석민 박지훈 한기주 등 기대주들이 전력에 가세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복귀해야 비로소 선 감독의 구상이 완성된다. 선 감독은 “그 이후로는 조금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기대를 드러냈다.

다만 전력에서 제외된 선수들을 무리하게 올릴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박지훈이 상징적이다. 불펜의 필승맨으로 기대를 모았던 박지훈은 컨디션 난조로 2군에 있다. 최근 불펜의 난조를 생각하면 박지훈에 대한 생각이 간절할 만하다. 그러나 선 감독의 생각은 확고하다. 확실한 상태가 아니라면 부르지 않겠다는 것이다. 장기전을 생각하고 있는 선 감독의 포석 중 하나다. 이는 윤석민 한기주에게도 동일하게 해당되는 이야기다.

선 감독은 19일 라인업에서 몸 상태가 다소 좋지 않았던 나지완 김선빈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했다. 두 선수의 최근 타격감을 감안하면 쉽지 않은 결단이었다. 하지만 선 감독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설사 전투에서 지더라도 전쟁에서 이기겠다는 의지가 풍겨나왔다. 성적에 쫓기는 감독으로서는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선 감독의 큰 그림 속에 KIA가 마라톤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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